비겁한 돈 (재테크 마인드, 자산 사이클, F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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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주변에서 "너 그거 운 좋았던 거잖아"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웃었습니다. 맞습니다, 운도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운을 붙잡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드를 넣은 건 저였습니다. 비겁한 돈이라는 책은 바로 그 지점, 즉 남들 눈에 쉬워 보이는 돈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꽤 솔직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비겁한 돈 재테크 마인드: 돈에 솔직해지는 것부터 시작입니다 제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주변 반응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분수에 맞게 살아라", "왜 그렇게 돈에 집착하냐"는 말을 꽤 들었습니다. 그 말이 불편했던 이유는, 저 역시 한편으로 돈을 밝히는 것이 왠지 부끄러운 일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고고한 척이 사실은 재테크를 가로막는 첫 번째 장벽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재테크 마인드(財테크 mind)란 단순히 투자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닙니다. 쉽게 말해 돈을 대하는 본인의 태도와 심리를 먼저 정비하는 일입니다. 저자는 돈에 대해 고고한 척 연기를 그만두고, 노동 소득만으로 삶 전체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다른 재테크 서적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책이 "지금 당장 이 투자를 하라"고 외칠 때, 이 책은 먼저 스스로를 들여다보라고 권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을 불리려는 욕구는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 과정이 남들 눈에 조금 비겁해 보일지라도, 사법적·도덕적으로 떳떳하다면 충분히 정당한 돈입니다. 저는 그런 비아냥이라면 얼마든지 받을 자신이 있습니다. 그만큼의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즉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는 결단을 실제로 했으니까요. 자산 사이클: 쉬면서 시장을 읽는 역설 이 책의 핵심 주장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습니다. 아무도 관심 없...

80/20 법칙 (파레토 법칙, 효율성, 행복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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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것과 잘 사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 둘이 같다고 믿었습니다. 어두울 때 나가서 어두울 때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면서도 뭔가 뿌듯했으니까요. 그런데 리처드 코치의 『80/20의 법칙』을 읽고 나서, 그 뿌듯함이 착각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80/20 법칙 사실 저도 이 법칙을 먼저 알고 있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8:2의 법칙'이라고 부르며 어렴풋이 느껴온 게 있었습니다. 다만 제가 이해하던 방식은 책과 결이 좀 달랐습니다. 저는 이 법칙을 주로 경쟁의 맥락에서만 썼거든요. 어떤 시험이나 자격증 준비를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80% 정도는 열심히 하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진짜로 움직이는 사람은 나머지 20%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냥 성실하게 임하기만 해도 출발선에서 이미 80%는 앞서 있는 셈이고, 진짜 싸움은 그 위 20% 안에서 벌어진다고 봤습니다. 그런 식으로만 이해하고 있었으니 이 책이 행복이나 삶의 방식 이야기를 꺼낼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효율에 관한 경영서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이란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비롯된다는 통계적 경향을 뜻합니다. 19세기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이탈리아 토지의 80%를 상위 20%의 인구가 소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처음 들으면 '설마 그럴까?' 싶지만, 매출의 80%가 20%의 고객에게서 나온다거나, 소프트웨어 버그의 80%가 20%의 코드에서 발생한다는 식의 사례들이 실제로 확인될 때마다 묘하게 납득이 됩니다. 효율성이라는 단어에 행복을 붙이면 어떻게 되나요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효율성(Efficiency)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생산성 도구로 쓰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효율성이란 ...

미세공격 (직장 내 차별, 번아웃, 조직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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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직장에서 받은 상처의 원인을 정확히 몰랐습니다. 누군가 대놓고 욕을 한 것도 아니고, 공식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도 아닌데 퇴근하고 나면 이상하게 기분이 찝찝하고 에너지가 빠져있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미세공격(microaggression)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미세공격 주의보 미세공격이란 무엇인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봤습니다 미세공격(microaggression)이란 뺨을 때리듯 명확하게 드러나는 폭력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조용하고 은밀하게 상대를 찌르는 언어적·비언어적 공격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뭐 그게 그렇게 큰 문제야?" 싶을 정도로 사소해 보이지만, 반복될수록 당하는 사람의 심리를 서서히 갉아먹는 방식입니다. 처음 이 개념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에이, 그게 뭐라고'라는 반응이 먼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직장 내 갈등이라 하면 언성을 높여 싸우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것을 떠올립니다. 그런 굵직한 사건들에 비하면 미세공격은 너무 지엽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책을 중반쯤 넘겼을 때 제가 경험했던 장면들이 하나씩 겹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사처럼 건네는 말인데 어딘가 날이 서있던 동료의 한마디. 회의 중에 제 의견이 묵살되는 것 같던 분위기.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것 같은데 듣는 순간 기분이 확 나빠지던 선배의 말. 이것들이 모두 미세공격의 범주 안에 있었습니다. 번아웃(burnout)이란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말합니다. 직장인들이 번아웃을 겪는 이유를 흔히 과중한 업무량으로만 설명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업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이 알 수 없는 찝찝함이 쌓여서 탈진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직장 내 차별,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습니다 저는 직장을 여러 번 옮겨 본 사람입니다. 경력직 입사자로서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마다...

상실의 시대 (삼각관계, 상실, 섹스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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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든 도서관이든, 꽤 오래전부터 책꽂이 어딘가에 꽂혀 있던 소설이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한국판 제목으로는 상실의 시대입니다.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제가 직접 펼쳐 읽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솔직히 말하면 당혹감이었는데, 다시 읽고 나서는 그 당혹감이 오히려 이 소설의 핵심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상실의 시대 삼각관계, 단순한 연애 구도가 아닙니다 이 소설을 두고 흔히 "그저 섹스가 많이 나오는 연애 소설"이라는 평이 돌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 읽었을 때 그런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친구에게 줄거리를 이야기했더니 "야설 아니야?"라는 말이 돌아왔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두 번째로 펼쳤을 때,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삼각관계(三角關係)의 구조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삼각관계란 세 인물이 서로 감정적으로 얽혀 있는 관계 구도를 말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게 단순히 '두 여자와 한 남자' 수준이 아닙니다. 소설 초반의 삼각형은 와타나베, 나오코, 기즈키로 구성됩니다. 기즈키는 이미 죽었지만 기억이라는 형태로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유지합니다. 나오코는 기즈키의 죽음이라는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와타나베와의 관계를 이어갑니다. 이 삼각형은 서서히 와타나베, 나오코, 미도리의 구도로 무게 중심이 이동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나오코와 미도리가 작중에서 단 한 번도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와타나베라는 매개변수(媒介變數)를 통해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매개변수란 두 대상이 직접 연결되지 않고 제3의 요소를 통해 관계를 맺는 방식을 뜻합니다. 와타나베의 편지 속에서 미도리의 존재를 알게 된 나오코의 병세가 심해지는 서사 흐름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나오코와 미도리의 차이는 상실을 대하는 방식에서 갈립니다. 나오코는 기즈키에 대한 기억을 놓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반면 미도리는 아버지를 잃은 뒤 그 상실을 안고 살아가기로 선택합니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브렉시트, 재생에너지, 삼중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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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엔 '숫자'보다 '느낌'을 더 믿었습니다. 물가가 3% 올랐다는 통계보다, 마트에서 계산할 때 느끼는 체감이 훨씬 실감났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느낌'이 얼마나 자주 틀리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바츨라프 스밀의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그 틀림의 구조를 데이터로 조목조목 짚어주는 책입니다. 브렉시트부터 재생에너지, 단열 성능까지, 우리가 막연히 믿어온 것들이 실제 수치 앞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브렉시트, 숫자보다 감정이 이긴 날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을 때, 저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석이 차고 넘쳤는데도 투표 결과는 달랐습니다. 책에서는 그 이유를 숫자로 설명합니다. 영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제조업 비중은 급감했으며, 1인당 GDP(국내총생산)도 아일랜드 평균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GDP란 한 나라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를 뜻하는 지표로, 국가 경제력을 가늠하는 핵심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숫자보다 분노를 선택했습니다. "우리 버스에 써붙인 약속"이 데이터보다 더 강하게 작용한 셈입니다. 책에서는 이를 두고 "잘못된 주장으로 순간적인 자부심을 줄 수 있어도, 덧없는 구호로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이 장면이 비단 영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선거 때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봐 왔으니까요. 민주주의 투표가 반드시 합리적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것, 그 방증을 브렉시트는 아주 선명하게 남겼습니다. 이후 영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영국 국가통계청(ONS) 의 GDP 추이 데이터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의 역설, 텀블러와 에코백이 떠올랐습니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친환경'이라는 인식은 이제 거의 상식처럼 ...

빅데이터의 진실 (구글 검색, 거짓말, 데이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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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설문조사에서 밝히는 내용과 실제 검색어 사이에는 엄청난 괴리가 존재합니다. 제가 5년 전 데이터사이언스 교육 과정을 이수하면서 처음 접한 이 현상은, 수만 건의 데이터셋을 정렬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답변을 내놓지만, 검색창 앞에서는 가장 솔직한 자신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 구글 검색 데이터가 드러낸 인간의 이중성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분석하며 발견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의 실체였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설문조사에서조차 익명성이 보장되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답변을 선택하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국비교육 과정에서 다룬 데이터셋은 기껏해야 수십만 건 수준이었지만, 구글이 보유한 검색 데이터는 그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합니다. 실제로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은 토요일 밤마다 화려한 파티 사진을 올리지만, 넷플릭스 시청 데이터는 대부분이 집에서 혼자 드라마를 몰아보고 있다는 진실을 보여줍니다. 저 역시 제 검색 기록을 누군가 본다면 매우 불편할 것입니다. 키보드를 수집하던 시절의 쇼핑 목록, 자전거 유지관리 팁을 찾던 검색 기록까지는 괜찮지만, 개인적인 고민이나 은밀한 검색어들은 제 전화기에서조차 즉시 삭제하곤 합니다. 암묵적 연상 검사(implicit-association test)는 이러한 무의식적 편견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이 검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정 인종의 얼굴과 긍정적 단어를 연결할 때 몇 밀리 초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의식적으로 부정하는 편견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데이터는 우리가 스스로에게조차 하는 거짓말을 숫자로 드러냅니다( 출처: 하버드대 암묵적 편견 프로젝트 ). 빅데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에세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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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열심히'라는 단어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니까요. 그런데 사노 요코라는 일본 작가가 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뭔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 그냥 현재형으로 '나는 지금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 할머니는 대체 누구일까요.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사노 요코, 열심히 살았지만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사노 요코는 일본의 그림동화 작가입니다. 그녀가 쓴 책 중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만 해도 열 권이 훌쩍 넘는다고 하니, 결코 게으른 삶을 산 사람은 아닙니다. <백만 번 산 고양이>, <내 친구 모모> 같은 동화책부터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 같은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까지 다양한 작품을 냈고, 연애도 여러 번, 결혼도 두 번, 이혼도 두 번 했다고 합니다. 제가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는 솔직히 기대가 컸습니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주는 통쾌함 때문이었죠.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느리고,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 쓸데없는 얘기들을 자세히도 적어놓았더군요. 자신의 과거 일상, 이불 속에서 보낸 시간, 한류 드라마에 빠져 지낸 병원 생활까지.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평범하고 사소한 이야기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이런 내용 자체가 '열심히 살지 않는 생활'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요. 성공이나 성취가 아닌, 그냥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사는 모습. 거창한 목표나 계획 없이 커튼을 발가락으로 젖히고, 이불 속에 파고들어 시간을 보내는 일상. 그게 바로 열심히 하지 않는 삶의 모습이었던 겁니다....